Vegan Lif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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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musement Story/Poetry

김율희의 동화시

Vegan Life 2015. 2. 28. 22:26

<동화시>

파란 나비


김율희


놀랐다.

해바라기 얼굴, 달덩이만큼 커지던 날

울 엄마 달에 가셨다.

파란색 우주선 타고

빨간 색 손수건 흔들며

울 엄마 달에 가셨다.

놀랐다. 

난 그 때 하늘 속으로 사라지던

울 엄마 연두색 치마 기억한다.


할아버지는 달 떴다고 달 떴다고

내내 헛기침만 하시고

나는 아빠의 등 뒤에서 왔다갔다하는

 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.

그들은 바다가 싫다고 했다.

왜 바다가 싫을까?

나는 바다가 좋은데

넘 좋아서 나는 고래가 되는 것이 소원이다.

수염고래나 이빨고래가 되면

 내 나이도 칠천만 살이 되는 걸까?

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니

할아버지가 나에게 할아버지라고 해야 하나.

어쨌든 나는 바다가 좋다.


하늘색 버스를 타고

 우리 집 앞에 내린 사람은 머리가 백발이었다.

 

1

눈이 하도 커서

 감고 있어도 뜬 것처럼 보였다.


바람이 철썩거리고 불었다.

그 할아버지의 귀에서 이상한 신호음 소리가 났다.

‘텔레비전을 들고 다니나.’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나는 백발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탔다.    

갑자기 날개가 돋는 듯 했다.

나는 백발 할아버지의 두 귀를 꽉 잡았다.

떨어질지도 모르잖아.


눈이 팽팽 돌았다.

나는 고래가 되어 하늘 위에 둥둥 떠있었다.

세상에나.


텔레비전을 몸 속에 간직하고 있는 할아버지가

어느 새

나팔을 꺼내어 힘껏 불었다.

보라색 나팔꽃이 하늘 위로 둥둥 떠다녔다.

나팔꽃은 아침에 꼭 얼굴을 씻는데

난 세수를 안 했다.

저 구름도 세수를 안 했나

왜 저렇게 시커멓지?

우산을 펴든다.

보라색 우산 쓴 이빨고래 

백발 할아버지는 어디에 가셨지?


우리 집 고양이는 늘 내게 말하곤 했었다.

“얘야, 저 놈의 털북숭이 강아지를 조심하거라.”

근데 왜 털북숭이 강아지가

자꾸 내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걸까?

빨간 색 이불을 쫙

 

2

태극기 휘날리듯 쫙

하늘에 펼쳤다.

저 봐라 도망가는 쥐들, 쥐의 무리들...


그 파란 색 우주선은 어디에 있을까?

나도 달에 가야 하는데

울 엄마 따라 달에 가야 하는데

보라색 우산 쓴 이빨고래가 되어

갈 수 있을까?

나무가 사람이 될 때까지

바다가 하늘이 될 때까지

갈 수 있을까?

부엌의 가스레인지 활활 타는데

울 엄마의 부엌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

빨간 망토 입혀줄 엄마는

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?


우리 집 고양이 똥폼 잡으며 말하곤 했다.

“사는 게 말이야. 그게 바람 같은 거라고...”

뭔 뚱딴지 같은 소리

그럼 고양이 너도 바람, 나도 바람

울 엄마도 바람, 울 아빠도 바람

저 백발 할아버지도 바람이란 말인가?


텔레비전을 귀 속에 집어 넣으며

할아버지가 활짝 창문을 여셨다.

새벽이 왔다.

그리움이 사막이 되었는데

동튼다. 새벽이 왔다.

  아빠의 등 뒤에는 이제 숲이 울창하다.

 

울 엄마 파란 우주선 타고

해바라기 울창한 우리 집 마당에 금의환향한다.

 

3

나는 창을 넘는다.

훌쩍훌쩍, 아니 나풀나풀

나풀나풀

파란 나비 되었다.


놀랐다.


파란 우주선

파란 나비


할아버지는 해떴다고 해떴다고

헛기침만 해대고

파란 우주선의 하늘

파란 나비가 난다.


우리 집 고양이 목 자꾸 늘어난다.

따라오지 마!

너는 파란 나비 아니거든.

파란 우주선 놓쳐.

달에 가야 한단 말이야.

   너는 해바라기 얼굴에 묻혀 낮잠이나 자!


놀랐다.

<끝>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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